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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2012년 가장 해가 길었던 날


사진 : 2011 12 19, 런던

 

 

 

티끌 자옥한 일을 한바탕 봄꿈이라 이를 있다면, 한바탕 꿈을 꾸미고 보태 이야기함 또한 부질없는 일이 아니겠는가. 사람은 같은 냇물에 발을 담글 없고, 때의 흐름은 다만 나아갈 되돌아오지 않는 것을, 새삼 지나간 스러진 삶을 돌이켜 길게 적어 나감도, 마찬가지로 헛되이 값진 종이를 버려 남의 눈만 어지럽히는 일이 되지 않겠는가.

 

 

 

 

그러하되 꿈속에 있으면서 그게 꿈인 어떻게 알며, 흐름 속에 함께 흐르며 어떻게 흐름을 느끼겠는가. 꿈이 꿈인 알려면 꿈에서 깨어나야 하고, 흐름이 흐름인 알려면 흐름에서 벗어나야 한다. 때로 땅끝에 미치는 앎과 하늘가에 이르는 높은 깨달음이 있어 더러 깨어나고 벗어나되, 같은 일이 어찌 여느 우리에게까지도 한결같을 수가 있으랴. 놀이에 빠져 해가 져야 돌아갈 집을 생각하는 어린아이처럼, 티끌과 먼지 속을 어지러이 헤매다가 때가 와서야 놀람과 슬픔 속에 다시 한줌 흙으로 돌아가는 우리인 것을.

 

삼국지 (나관중 지음/ 이문열 평역) , 서사(序辭)

 

 

 

 

 

그런데 나는 아직도 흘러간 물을 잡으려하고, 찾아올 미래에서 과거의 조각을 찾아내려 노력하고 있는건지.

 

2012 가장 해가 길었던 , 코펜하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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