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2012.05.24 09:21


잔치국수는 나에게 입시 시절을 떠올리게 해주는 추억의 음식. 

요즘 시험기간이랍시고 하루 한 끼 챙겨먹을 정신도 없었는데 오늘 영어 문학 시험을 치르고 난 뒤 한숨 돌릴 여유가 생겨서 친구랑 같이 잔치국수를 해먹었다. 처음 대학 입시 준비할 때, 급식이 나오면 스트레스 때문에(어쩌면 첫사랑에게 당한 실연의 아픔?) 입맛이 없어서 한 입, 두 입만 먹고 남기니 평소 입던 바지에 주먹이 두개가 들어갈만큼 갑자기 살이 너무 많이 빠져버려서 체력까지 바닥이 나버렸을 때 학원 기숙사 야식으로 나온 잔치국수덕에 입맛을 찾았었다. 매끼마다 두 숟갈먹고 버렸던 내가 그날은 잔치국수을 두 그릇이나 뚝딱 비웠던 기억이 난다. 사실 오늘 같이 잔치국수 해 먹은 친구는 모르겠지만, 사실 요 일주일은 밥을 제대로 안 챙겨먹어서 위가 쫄아있어서 한 그릇 먹고도 배 불렀는데 그때 기억이 나서 두 그릇이나 먹었다. 입시할 때 국수 먹었을 때처럼 일부러 더 크게 후루룩 소리도 내면서. 

이제 에스토니아는 오후 여섯시가 되어도 햇살이 따갑다. 

강가 옆 잔디밭에 담요 깔고 누워서 햇빛도 쬐면서 '우리 북경으로 돌아가면 학교 텔레토비 동산에서 이렇게 담요깔고 누워서 책도 읽으면서 햇빛 쬐자'라고 괜히 이 곳의 여유를 북경으로 옮겨가고 싶은 작은 소망도 이야기하다 교정 예쁜 이야기하다보니 흘러흘러 대학 입시 때 이야기가 나왔다. 잔치국수도 먹었는데 말이지. 그때 열심히 공부했던 이야기, 또 놀았던 이야기, 자신 있었던 과목 그리고 없었던 과목, 새벽1시에 집 앞까지 찾아와서 혼내키고 격려해준 고등학고 선배 이야기 등등 그러다 부모님께 대학 합격 소식 들려드렸을 때를 회상하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친구도, 나도 눈에 눈물이 고이더라. 그땐 대학 합격이 나에게도 가족에게도 그렇게나 간절했었는데, 왜 그때 더 열심히 해서 부모님께 더 큰 기쁨을 안겨드리지 못했을까. 이런 후회도 하다보니 이제 다시 부모님을 다음번에 기쁘게 해드릴 수 있을 건 뭐지, 결혼? 손자? 이러며 울다 웃다가.

물은 사람을 감성적이게 만든다더니, 에마요기.

잊고있었다. 에스토니아로 오기 위해 세 나라를 경유했는데, 첫 경유지인 일본 도쿄에서 하룻밤을 혼자 지내야했을 때 도쿄청사 전망대에 올라서 안개속 도심의 야경을 보니 그제서야 안심이 되더라. 이제 정말 자유다. 당분간 그 일로, 그 사람들 때문에 마음 아플 일은 없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눈물이 왈칵 쏟아졌던 그 시간. 그 당시에는 2년이 지났던 일. 그러고보면 이제는 3년이 지난 일. 소수였지만 나를 믿어준 사람들에게 고맙다 더 말하지 못해 미안할 만큼 고맙다. 그리고 날 아프게 했던 그 사람들, 언제나 하는 말이지만 미움은 없다. 남들과 조금 다른 방법으로 성장할 수 있게 도와줬으니 언젠가 내 이십대 초반을 생각하면 축복받은 일이었다 할 것 같다. 물론 곁에서 공감해주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더더욱. 엄마의 강이라는 뜻을 가진 이 강은 여러번 날 울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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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봄린